레고사의 전략을 보면 흥미롭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레고는 그저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블록에 불과했는데 이제 더 이상 어린이 장난감으로 수익을 지속할 수 없는 것인지 언제부터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으로 포지션을 바꿔가고 있다. 물론 아직도 영유아를 위한 듀플러 블록이나 시티, 닌자고, 프렌즈 등 어린아이들을 위한 라인업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지만 이제 출시하는 라인업의 절반 넘는 것이 어른들을 겨냥한 것처럼 보인다. 요즘 어린이보다 20-30대에 더 어필할만한 해리포터, 값비싼 DC와 마블의 히어로들. 올드팬들을 위한 스타워즈 시리즈, 전세계의 랜드마크를 조립하는 아키텍쳐나 흥미로운 주제의 아이콘스 & 아이디어 시리즈. 그중에서도 가장 어른들을 위한 레고는 레고 아트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아예 ..
교보문고 향기, The Page of Scent 디퓨저로 집 안에 서점향기로 가득하게 만들기
2023.02.20
사람들과 만날 때에 주로 서점을 만남의 장소로 이용한다. 미리 도착해 남는 시간 동안 신간을 살펴보거나 운이 좋아 맘에 드는 책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몇 년간은 주로 교보문고를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고 있는데 교보문고는 입구에 들어서면 특유의 향기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 향기는 교보문고가 직접 개발한 시그니처 향으로 울창한 나무숲 속에 들어간 느낌을 주려고 만들었다고 한다. 시트러스 향에 유칼립투스, 피톤치드, 삼나무와 소나무 향기 등이 섞여 진짜로 숲 속에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교보문고에 갈 때마다 우리 집 안에서도 이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판매 중인 디퓨저의 가격을 확인하고 돌아오곤 했는데 200ml 가격이 부담스러워 매번 그냥 돌아섰다. 향도 무척 좋고, 병도 고급스러..
미니멀 라이프하면 많은 사람들이 '정리의 달인' 곤도 마리에를 떠올리지만, 내 경우는 곤도 마리에를 알기 전부터 도미니크 로로를 통해 '단순한 삶'의 개념에 대해 접할 수 있었다. 그녀가 주장하는 단순한 삶이란 소유물을 줄이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면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삶 속에서 기쁨과 이로움을 재발견할 수 있다는 것인데 몇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미니멀 라이프 결심 사이클을 맞이해 최근 이 책을 다시 펼쳤다. 책 곳곳에 작가의 좋은 문장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종종 다시 볼 요량으로 여기에 정리해 본다. Part 1. 물건 우리는 뭐든지 쓰고 뭐든지 버린다. ...양적으로만 풍족한 삶은 은혜롭지도 우아하지도 않다. 심플한 삶, 너무 많이 소유하려는 것을 멈추자. 그러면 자신을 돌보는 데 더 많..
30대가 넘어가면 '몸이 하나씩 고장난다'하고 말하던 선배들의 말에 웃으며 넘겼었는데 막상 나이가 드니 몸이 하나 둘 말썽을 일으킨다. 나를 비롯한 친구들은 이제 비타민이나 오메가3 등 건강 식품을 챙기는 것은 필수가 됐고, 경우에 따라 빠르면 콜레스테롤, 고혈압, 당뇨 등으로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한다. 내 경우에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노년에 심혈관 질환을 겪지 않으려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약을 먹어야 하는데 비타민이며, 콜레스테롤 약을 잊지 않고 챙겨 먹는게 여간 쉽지 않다. 깜빡 할 때도 많고, 어느 날엔 먹고 난 다음 내가 약을 먹은 것인지 안 먹은 것인지 도통 헷갈릴 때가 있어서 쉽지 않다. 이럴 때 스마트폰으로 약 먹는 것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앱스토어를 잘 찾아보면 ..
히가시노 게이고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그는 이미 90권에 가까운 책을 써냈고, 수년 째 한 해 몇 편씩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에게는 다양한 종류의 스토리를 써 내려갈 수 있는 재주가 있다. 탐정과 경찰들의 추리가 돋보이는 이야기는 물론 명랑 소설, 연애 소설, 블랙 코미디, 동화, 판타지, 가슴 먹먹해지는 이야기까지 두루두루 만들 줄 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만들어 내는 다양한 종류의 스토리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가슴 먹먹해지는 스토리다. 사건의 이면에 얽힌 사연과 등장인물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하나씩 밝혀질 때 왠지 모르게 거기에 공감하며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리고는 엄청난 몰입감으로 스토리에 집중하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런 스토리를 주로 현실의 사회 ..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마치 12편짜리 시트콤 한 시즌을 본 것 같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 은 , , 과 함께 블랙 유머 시리즈로 분류되는 작품이다. 일본에서는 2012년 출간되었는데 한국에서는 올해 초(2021년 1월)에야 출간되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에 출간된 단편소설집 과 이어지는 비슷한 있는데 두 책 모두 일본 출판계를 소재로 한 풍자 소설이라는 점이 유사하다. 그렇다고 두 작품이 연결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은 2001년 작품이고, 은 2012년 작품이니 그 사이 텀이 너무 길어 작가가 두 작품을 연결시키는 것을 염두하고 쓴 것은 아닌 것 같다. 은 수록된 8편 모두 서로 다른 등장인물과 설정이 다른 반면 속 12편의 단편은 모두 규에이 출판사라는 곳을 배경으로 벌어져 단편집이지만 장편..
밀리의 서재를 둘러보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을 발견했다. 지난 몇 년간 국내에 번역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모든 소설을 읽는 것을 소소한 목표로 삼아 리스트에서 한 권 한 권 지워왔던 터라 읽지 못한 새 책을 만나는 일이 반가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중고 책방에 갈 때면 '혹시 그 책이 중고로 나왔을까'하는 기대를 하게 되는데 중고 책방에 가지 않고도 밀리를 통해 읽을 수 있어 좋았다.(출판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당신이 몰랐던 새로운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은 띠지에 쓰인 '카피가 정말 적당하구나' 싶을 정도로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만 접했을 독자들에게는 조금 다르게 느껴질 만한 작품이다. 살인 사건의 범인과 트릭을 찾거나 절절한 사연을 가진 범죄자의 스토..
다작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 책이 어김없이 올해에도 출간되었다. 매해 2~4권의 신간이 나와 대체 어느 정도의 속도로 글을 쓰면 매해 여러 권의 신간을 낼 수 있나 하는 궁금함이 있었는데 사실은 함정이 있었다. 예전 작품을 재출간하거나 쓰인 지 오래됐지만 아직 출간되지 않는 책을 이제야 번역해 출간하는 것이다. 역시 그런 책들 중 하나로 1988년 작품으로 뒤늦게(30년도 훨씬 늦게) 한국에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국내에서는 신간이지만 작가가 첫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이후 얼마되지 않아 쓴 초기의 작품으로 필력이 미처 완성되기 전이라 그런지 다소 부족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범죄의 트릭이 허술하고, 범인도 초반에 쉽게 눈치챌 수 있다. 대단한 트릭이나 반전도 없고, 읽고 나면 범죄에 얽힌 뒷이야..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채널에서 잘 만든 콘텐츠가 돈을 벌어다 주거나 돈 버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大콘텐츠 시대를 맞아 이메일 콘텐츠도 인기를 얻고 있다. 예전에는 뉴스레터하면 기업 또는 단체가 홍보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요즘에는 이메일 콘텐츠를 만들어 보내주는 서비스도 있고, 자신의 취미나 관심사를 메일로 정리해 보내주는 열정 넘치는 개인들도 많다. 뉴스레터를 받아보는 입장에서 누군가 정기적으로 양질의 정보를 정리해 보내주니 굳이 포털과 커뮤니티 여기저기를 기웃거리지 않아서 참 좋다. 하지만, 여러 곳의 뉴스레터를 구독하다 보면 메일함이 지저분해지기 일수인데 하나의 계정으로 몰아서 메일 별로 폴더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메일들이 섞이고 보기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면 저절로 스마트해질 줄 알았지만 10년 넘게 사용하며 페이스북, 유튜브, 게임을 한 것이 전부다. 종종 카카오톡이나 슬랙으로 업무지시를 받거나 메일을 확인하지만 과연 스마트한 것이 맞을까? 최근 애플워치를 구매하며 스마트폰답게 써보고 싶은 욕심에 몇 개의 앱을 다운 받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만족스러운 앱은 워터마인더 WaterMinder다. 인간의 몸 70%는 수분이라고 지겹도록 듣지만 일상 중 물을 챙겨 마시는 것이 쉽지 않다. 사람은 하루에 [자신의 체중 X 0.03L]의 물을 마셔야 한다고 한다. 보통의 건강한 성인이라면 최소 1.5L~2L는 마셔야 하는데 고작 어쩌다 보면 식사 후 한 컵일 때가 많다. 몸에 물이 부족하면 몸에 안 좋은 점들이 많은데 알려진 것들로는 다음과 ..
6월은 한 여름과 비교하면 무덥지 않지만, 그에 못지않게 녹음이 우거져 공원에 가기 좋은 계절인 것 같다. 더 뜨거워지기 전에 시간을 내 울산 대공원 안에 생긴 북카페 지관에 다녀왔다. 북카페 지관은 한자 그칠 지(止) 볼 관(觀)으로 대략 '그치고 바라본다'라는 뜻 정도 되는 불교 용어라고 한다. 나는 종교는 문외한이라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번뇌나 욕망이나 욕심이나 질투 등 안 좋은 마음을 그치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북카페 지관을 만든 이들도 아마 그런 걸 의도하고 만들었으리라 생각된다. 복잡다난한 일상으로 마음속이 시끄러운 사람들 그저 잠깐 여기 들러 차 한잔 마시고, 책 한 번 펴보면서 잠깐 멈추고, 생각하고, 돌아보라고.. 지관 그린하우스가 있는 울산..
우리는 매일 자신만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와중에 종종 '없었던 일로 해버리고 싶은 일'을 저지르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을 몇 해전부터 인터넷에서는 흑역사라고 부른다. 내게는 어느 날 밤 모모 양이 사는 동네에 갔다가 그녀를 불러내 꽃다발을 안겨준 일이 그런 것 중 하나인데 생각만으로도 절로 이불 킥을 하게 된다. 개인의 흑역사는 나처럼 개인의 수준에서 부끄러워하고, 분해하면 끝날 일지만 어떤 이는 자기가 속한 집단에 민폐를 끼치거나 해악을 저지르는 치명적 실수를 하기도 한다. 두고두고 손가락질받거나 웃음거리가 되는 실수를 하기도 하고, 심지어 스스로를 해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기도 한다. 는 개인의 수준에서가 아닌 인류 전체에 길이 남을 우스꽝스러운 흑역사들을 정리한 책이다. 알렉산더 대왕의 페르시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