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식 성장소설, 고구레 사진관
미야베 미유키는 역시 유쾌하다. 꽤 시끄럽고. 수다쟁이일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미미 여사의 유쾌함이 나는 정말 좋다. 하지만 그런 유쾌함은 어디까지나 그녀의 에도 시리즈나 단편에서 자주 접하는 모습이고, 현대물 장편에서는 좀처럼 보지 못한 모습이다.
두꺼운 <고구레 사진관> 상/하권을 헌책방에서 발견했을 때 나는 <화차>나 <모방범>,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이름 없는 독> 같은 작품을 기대했다. 사회파 미스터리 대표작가로 칭송받는 그녀가 아니던가. 그래서 당연히 그녀 특유의 비판적 논조로 심각한 사회 문제나 살인사건을 다룰 줄 알았다. 사실 그런 걸 좀 기대했다. 그런데 이 책은 너무 발랄한 성장 소설이었다. 물론 약간 오컬트적인 심령사진이라는 요소를 살짝 담고 있긴 했지만. 그래서 조금은 당황스러웠고, 의외의 정신 없는 전개에 읽는 동안 다소 힘들었다.
이야기 주된 내용은 16세 소년 하나비시 에이이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에이이치 가족은 과거 사진관으로 쓰이던 상가 겸 주택 건물로 이사를 하게 된다. 그곳은 과거 사진관이었을 때의 사진사 ‘고구레’ 노인이 종종 유령으로 나타난다는 소문이 도는 곳이다. 설상가상으로 <고구레 사진관>이라는 과거 간판을 그대로 남긴 괴짜 아버지 덕분에 에이이치의 집은 사진관으로 오해를 받게 되며, 심령사진을 들고 나타난 여고생을 위해 에이이치가 그 원인을 파헤친다.
두 권의 소설은 총 4개로 이루어진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1~3은 심령사진의 원인을 밝히는 에피소드이며, 마지막 챕터는 에이이치의 가정사와 에이이치와 부동산의 여성 가키모토 준코에 관한 이야기다. 아쉬운 점은 1~4 챕터가 전부 연결되며 점층적으로 전개되어 후반부로 갈수록 등장인물이 늘어나며 산만해 진다는 것이다. 또 1~3 챕터까지는 심령사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면 마지막 챕터는 주인공 슬픈 가정사를 극복하고 소년이었던 주인공이 성장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 다소 생뚱맞은 급전개라는 것이다. 작품의 주제가 마지막 챕터라면 1~3챕터의 분량을 줄이거나 과감하게 한 챕터 정도는 건너뛰었어도 좋았을 법하다. 아예 마지막 챕터의 급전개 없이 1~3챕터의 심령사진 해결사 정도로 이야기를 끝냈어도 충분히 재미있었을 법 싶다.
물론 이 작품에서도 그녀 특유의 공감을 일으키는 문장들은 여전하다. 나 역시 생판 모르는 타인에게 신상 이야기를 털어 놓거나 누군가 꼭 한 사람은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일때가 있어 아래의 문장들은 너무나도 공감된다.
“학생한테는 아직 그런 경험이 없겠지만, 어른이 되면 틀림없이 생길 거예요. 생판 모르는 타인, 그저 단 한 번 스쳐 지나는 타인에게, 가깝고 친한 사람에게는 절대로 말할 수 없는 신상 이야기를 털어놓는 경험. 그런 건 대개 택시 안이긴 하지만.” (상권 172p)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 자기에게 매우 중요한 일을 어떤 사람이 알아주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지. 어떻게든 알아주길 바라지. 하지만 상대가 그것을 알아버리고 나면, 그때까지와 똑같은 거리로는 더 이상 지낼 수 없는 일도 생기는 법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아주길 바라지. 그 사람은 자네한테 고마워했어.” (하권 551p)
드라마도 있었어!!!!
고구레 사진관 - 상 -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네오픽션 |
고구레 사진관 - 하 -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네오픽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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