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어메이징 스토리, <괴소소설>
이런 유쾌한 아저씨 같으니라고. 너무 괴팍하고, 괴상하다. 그런데 재미있다.
지금에 와서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60편도 넘게 읽었지만, 이 책을 맨 처음 도서관에서 대출했을 땐 <용의자 X의 헌신>만이 내가 읽어본 유일한 그의 작품이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리고 9개의 단편 중 하나를 읽었을 때, 그 괴이함과 괴팍스러움에 이상한 작가라 생각하며 책을 덮어 반납해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실수였다.
히가시노 게이고로 말할 것 같으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같은 따뜻한 작품부터, <비밀>이나 <편지>처럼 읽고 나면 왠지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야기, <게임의 이름은 유괴>, <회랑정 살인사건>처럼 오락성 짙은 미스터리, <공허한 십자가>, <방황하는 칼날> 같은 사회적 문제를 지적하는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만능 재주꾼이다. 특히 알려진 것처럼 엔지니어 출신으로 과학과 테크놀로지를 주제로 한 미스테리에서는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있자니 그의 재능은 호흡이 긴 이야기는 물론 짧은 이야기에서도 유효한 것 같다.
'괴소'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의 단편들은 '기묘한 이야기'나 '어메이징 스토리'를 연상시키는 놀랍고 괴이한 이야기들이다. 머릿속의 자기 생각을 거침 없이 드러내게 하는 '가스'라든가 외과 수술을 통해 잠시나마 젊은 시절로 갔다가 되돌아오는 노인, 집 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서로의 마을에 시체를 갖다 버리는 사람들. 읽고 나면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인간군상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그 인간들이 너무나 가감 없이 인간 실제의 모습인 듯하여 씁쓸해진다. <흑소소설>과 <독소소설>이 기대된다.
읽는 내내 스티븐 스필버그의 '어메이징 스토리'라는 미드가 떠올랐다.
괴소소설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바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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