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출처: 네이버 영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종종 잊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녀들이 그랬다. 미국 여자프로야구(AAGPBL: All American Girl Professional Baseball League)의 선수들. 영화 <그들만의 리그>는 한 때 미국인들의 기쁨이자 위로가 되어주었던 미국 여자 프로야구에 관한 이야기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비롯된 미국의 2차 대전 참전은 인기 절정의 미국 프로야구에도 영향을 끼쳤다. 조 디마지오를 비롯한 메이저리그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전쟁에 참전하며 공백이 생기게 된 것이다. 전쟁 기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빠지게 되니 야구의 흥미와 관심이 반감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시기를 타개하기 위해 자본가들이 내놓은 대책이 바로 여자프로야구였다.
92년 작 <그들만의 리그>는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미국 여자프로야구를 배경으로 하는 스포츠 코미디 영화다. 감독 페니 마셜은 <겟쇼티>나 <빅>과 같은 코미디 작품의 연출로 유명한데, <귀여운 여인>, <프린세스 다이어리>로 유명한 게리 마셜이 그녀의 오빠다. 출연 배우들 역시 호화로운데 피치팀의 감독 듀간역의 톰행크스, 피치팀의 에이스로 주인공 도티역의 지나 데이비스, 매 모다비토 역의 마돈나나 도티의 남편 밥으로 등장하는 빌 풀만 역시 익숙하니 옛 배우들의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골 목장에서 일하며 취미로 야구를 즐기는 도티와 그녀의 동생 킷은 어느 날 메이저리그의 스카우터로부터 여자프로야구 창설 소식을 듣고 상경해 트라이아웃에 참가하게 된다. 하지만 도티와 킷이 소속된 피치팀의 감독 듀간은 알코올에만 의지하는 무능한 감독으로 팀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여자야구 역시 여성을상품화하는 수준에 머무르며 스포츠 자체로서의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리그 존폐의 갈림길에 선다.
그런 위기의 순간을 반전시키는 것은 도티다. 남성선수 못지 않은 실력을 뽐내며 감독의 역할까지 대신에 팀을 지휘하고, 그녀의 지휘 아래 피치팀은 자신들만의 야구로 점점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얻게 된다. 변해가는 팀의 모습에 정신을 차리는 감독이나 동생 킷의 질투심 때문에 발발한 싸움으로 킷이 경쟁팀으로 이적해 자매가 월드시리즈에서 서로 맞붙는다는 이야기는 다소 진부한 드라마이지만 그래도 그 과정이 충분히 유머러스하고 따뜻하다. 역경을 헤쳐나가고 모래알 같은 조직이 단단해지고, 등장인물들이 성장해 나간다는 스포츠 영화의 전형을 따르고 있지만, 전혀 지루할 틈이 없다.
미국 여자프로야구는 1943년부 54년까지 총 11년간 운영되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전쟁에서 돌아온 남자야구 탓에 차츰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무려 10년 이상 리그가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도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된 도티와 그의 옛 동료들을 비춘다. 그들이 미국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현장이다. 비록 <그들만의 리그>라고 불렸을지 모르겠지만, 수많은 이들에게 스포츠가 주는 기쁨과 환희를 선사했던 수많은 ‘도티’들에게 존경을 표하는 순간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매력은 25년이나 지났음에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는 할아버지가 되어가는 톰 행크스의 풋풋한 시절의 코믹 연기와 마돈나의 섹시하고 귀여운 모습. 전성기의 지나 데이비스가 반갑다. 왜 헐리우드가 더는 이런 부류의 영화를 만들지 않는지 모르겠다.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베트맨 같은 히어로도 좋지만, 이들이야 말로 진짜 히어로인데.
지나 데이비스 참 좋아했는데. <컷스로트 아일랜드>와 <롱키스 굿나잇>이 연속으로 망하며 부침을 겪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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