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의 정석 - 백 투 더 퓨처(1)

<캐스트 어웨이>, <콘택트>, <포레스트 검프>. 모두 내가 재미있게 본 영화다. 아니 재미뿐만 아니라 나름의 감동까지 주었던 훌륭한 영화들이다. 이 영화 모두 한 명의 감독이 만들었다. 바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위에 열거한 작품 모두 그의 대표작이지만 누군가 내게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대표작을 딱 하나만 뽑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백 투 더 퓨처>를 뽑고 싶다.

<마티와 브라운 박사, 그리고 드로이안>

맨 처음 백 투 더 퓨처를 본 것이 1995년 여름 TV에서였으니까 20년 전 일이다. 그리고 이 영화 올해로 개봉 28년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처음 본다면 누구도 30년 전 제작된 영화라고는 생각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완성도와 재미면에서 왠만한 요즘 영화가 따라갈 수 없다. 아니 어쩜 히어로즈 영화의 리부트만 일삼으며 소재 빈곤에 허덕이는 요즘의 헐리웃의 어떤 영화도 이 영화를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마블의 영화는 재미있지만, 스파이더맨 리부트나 판타스틱 포 리부트는 끔찍하다.)

1985년. 마티 맥플라이는 동창생에게 당하기만 하는 아버지와 알콜 중독 어머니, 지질한 형, 누나와 함께 힐 밸리에 살고 있다. 마티는 로큰롤을 좋아하고, 스케이트보드를 끼고 다니고, 여자 친구를 사랑하는 평범한 청년으로 마을의 괴짜 과학자 브라운 박사와 친하게 지낸다.

<마티 역의 마이클 J. 폭스>

어느 날 브라운 박사의 타임머신 실험을 돕게 된 마티는 테러범들의 공격으로 30년 전 과거로 이동하게 된다. 1955년의 힐 밸리에 도착한 마티. 그는 그곳에서 고등학생인 자신의 아빠, 엄마와 마주치게 되지만 의도치 않게 둘의 만남을 방해하고, 다시 원래의 시간으로 돌아가기 위해 도움받고자 찾아간 브라운 박사는 '시간의 꼬임'으로 인한 마티의 소멸을 경고한다.

이에 마티는 고등학교 댄스파티가 열리는 날에 두 사람을 엮기 위한 계획을 짜고, 브라운 박사와 함께 번개를 이용해 다시 1985년으로 돌아가기 위한 작전을 펼친다.

<영화 장면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댄스파티 로큰롤 연주 장면>

이 영화는 내가 본 '시간여행'을 주제로 한 영화 중 가장 오락성 넘치고 명랑한 영화다. 보통 시간 여행을 다루는 영화들은 스토리가 우울하다. 미래의 무언가가 잘못되어 과거(실제로는 현재)로 오거나, 현재의 무언가가 잘못되어 과거로 간다. 

<2편에서는 30년 뒤인 2015년으로 간다>

대개 인류멸망(터미네이터)이나 질병(트웰브몽키즈), 대형사고(소스코드/데자뷰)가 일어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런 거창한 이유는 없다. 다만 실수로 시간 여행이 시작되었을 뿐이고 순전히 마티 자신의 생존을 위해 부모를 이어주기 위한 대소동이 벌어질 뿐이다. 

이미 수차례 보았음에도 전혀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을뿐더러 거의 3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스토리가 탄탄하다. 근래에 헐리웃 영화 중에 이렇게 스토리가 탄탄한 영화가 있었던가? 화면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1985년의 모습이라 다소 어색하고 촌스러울 뿐 전혀 옛날 영화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최근 헐리웃이 스토리 빈곤 때문인지 <저지드레드>나 <토탈리콜>처럼 예전 영화들을 리메이크하고 있는데 모쪼록 이 영화만은 손대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