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셀 - 천진난만한 외계인들의 귀여운 공격?

지금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지만, 예전에는 학교 앞에 오락실이 한 두 곳은 있었다.

오락실은 주로 불량청소년들이 약한 아이들을 돈을 빼앗는 비행을 저지르는 공간쯤으로 인식되었고,

전자오락은 아이들을 망치는 사악한 것으로 여겨진 시절이었다.

(작금의 게임 산업을 대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 그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지만...) 

지금이야 3D 그래픽에 이게 영화, 만화인지 구분 안갈 정도의 화려한 그래픽과 탄탄한 스토리를 가진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그 시절 게임은 8비트 그래픽에 지극히 단순히 움직임만으로 구현되는 게임들뿐이었다.

<라스트 오브 어스. 요즘 게임 클라스 ㅡㅡ; 게임인지 영화인지 구분이 안간다>

픽셀은 그 시절 향수를 자극하게 하는 8비트 게임들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그 시절을 보낸 올드 보이들에게는 예고편만으로도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나도 거기에 낚였다)

<왠지 귀여운 스페이스 인베이더 캐릭터들>

<팩맨>

이 영화는 아래 영상의 단편 애니메이션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과거 8비트 게임 속 캐릭터들이 나타나 지구를 공격해 지구 전체를 픽셀로 만든다는 발상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게다가 그 영상 속에 표현되는 픽셀 캐릭터들이 아기자기한 것이 귀엽기까지 하다.

<픽셀 단편 애니메이션>

이러한 단편 애니메이션에 살을 붙여 영화 '픽셀'이 만들어졌는데

느닷없는 픽셀의 공격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외계인을 가져오고,

주인공이 게임 속 패턴을 익혀 외계인의 공격을 모두 클리어하고 지구를 구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주인공 샘 브레너는 1982년 세계 게임대회에 나가 준우승을 차지한다.

공교롭게도 이 게임대회는 그대로 녹화되어 나사(NASA)의 타임캡슐에 담겨 외계로 쏘아 올리게 되는데,

순진무구한 외계인들이 이를 선전포고로 오해해 33년 흐른 2015년 별안간 나타나 지구를 공격한다.

<테트리스>

<벽돌깨기 - 알카로이드>

때마침 브레너의 친구 쿠퍼는 미합중국 대통령이 되어 있었는데,

이러한 픽셀들의 공격이 비디오 게임 속 캐릭터들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지금은 이혼남에 평범한 AV 설치기사로 사는 샘과 그 시절 함께 게임을 했던 친구들을 불러 모아

외계인을 무찌르고 지구를 구하는 영웅이 된다.

또, 그러는 와중에 여자를 만나 사랑까지 얻게 되니 스토리만 생각하면 이건 말도 안 된다. ㅎㅎ

단편으로 선보였던 영상 속의 소재와 흥미로운 그래픽 효과를 살려 어떻게든 장편 영화로 만들기 위해 억지 설정들을 넣다 보니

영화 자체의 스토리는 다소 뻔하고 유치해지는 건 이해하겠지만, 단편에서 보여준 상상력이 이렇게 소비되는 것이 다소 아쉽다.

8비트 게임 이를테면 영화 속에 나오는 팩맨이나 동킹콩 같은 게임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왠지 추억팔이도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난 이 영화 좋다.

아기자기한 픽셀 캐릭터들을 현실로 불러내어 그 시절 추억을 되살리게 하고,

맘씨 좋은 얼굴을 한 아담 샌들러가 나온다는 점에서 오락영화로 볼만했다.

또 게임에 지면 전리품을 주며 모두 졌다고 그대로 돌아가는 외계인들도 천진난만하고,

외계인이 쳐들어 왔는데 피흘리는 사람 한 명 없는 것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