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의 두뇌게임 - 가면산장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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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적한 곳에 있는 대저택. 여러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속속 모여든다. 특별할 것도, 눈에 띌 것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임 속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누군가 침입한 흔적도, 범인의 단서도 보이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범인은 저택에 머문 사람 중 한 사람’이라는 것.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모두의 행동 하나하나는 물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저택 살인 이야기의 저택은 대부분 크고, 방이 여러개다.>
위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저택 살인'의 플롯이다. '저택 살인' 이야기는 추리소설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이야기로 네이버에 '저택 살인사건’으로 검색만 해도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과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책부터 아가사 크리스티의 <스타일즈 저택의 살인사건>까지 여러 작품이 검색될 정도다.
<아가사 크리스트, 스타일즈 저택의 살인사건>
'저택 살인'과 같은 소재의 추리 소설이 많은 것은 독자들의 흥미를 잡아끄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며, 그것은 아마도 긴장감일 것이다. 외딴 저택과 같이 고립된 공간에서 실체를 알 수 없는 적과 함께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 안에서 발생하는 살인 사건은 등장인물 간 타인에 대한 의심과 공포로 독자들에게 극적인 긴장감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택 살인' 이야기는 작가와 독자의 두뇌 싸움이 중요하다. 적어도 소설이 끝나는 시점까지 '범인의 정체' 또는 '살인에 사용된 트릭' 둘 중 하나를 노출해서는 안 된다. 둘 다 노출되는 순간 긴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저택 살인을 배경으로 하는 보드게임, 클루>
이러한 저택 살인은 꼭 저택이 아니라도 장소를 바꿔서 응용하기도 한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저택 대신 무인도가 배경이지만 그 구조가 유사하다. 추리 소설이나 영화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만큼 우리에게 익숙하다.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저택 살인’ 설정의 작품을 쓴 적이 있다. 바로 <회랑정 살인사건>, <백마산장 살인사건>, <십자 저택의 피에로> 같은 작품이다. 유사하고 흔한 플롯의 소설 몇 편을 쓰기 위해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각 소설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독자와 두뇌 싸움을 하는데 <가면산장 살인사건>은 '반전'이 그 키워드다. 전형적인 '저택 살인' 이야기에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2인조 은행 강도'와 반전을 넣어 평범한 '저택 살인' 이야기를 독자와의 게임으로 만들어 나간다.
회사원 다카유키는 약혼녀 도모미와 결혼할 예정이었지만, 결혼을 일주일 남겨 놓고 교통사고로 그녀를 잃고 만다. 제약회사의 회장으로 도모미의 아버지인 모리사키는 사고로 충격을 받은 다카유키와 다른 가족, 도모미의 친구 등을 위로하기 위해 별장에 모여 함께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그렇게 도모미의 가족과 다카유키를 포함한 8명이 모인 별장에 급작스럽게 강도들이 등장하고, 밤사이 도모미의 사촌동생 유키에가 살해당한다. (더 궁금하면 책을 읽으세요!)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많은 작품이 일본의 사회 문제를 다루며 '사회파 추리 소설가'로 불리고 있다. 사회적인 이슈들을 주제로 '재미'와 '의미' 둘 다를 만족시키는 훌륭한 작품들로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가면산장 살인사건>처럼 정통 추리소설도 뛰어난 작가다. 그래서 어떤 작품을 골라 읽어도 기본은 한다. 이 작품 역시 가볍게 읽으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특히 그가 쓴 <회랑정 살인사건>, <백마산장 살인사건>, <십자 저택의 피에로>와 함께 읽으며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시도가 될 것 같은데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재미 면에서 <회랑정 살인사건>과 <백마산장 살인사건>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가면 산장 살인 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재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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