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판타지 신간 - 녹나무의 파수꾼
미스터리와 판타지는 맞닿는 부분이 있다.(여기서의 판타지는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님) 미스터리의 사전적 의미 중에는 '추리 소설'이라는 문학 장르의 의미 이외에도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이상 야릇한 일", "상식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상한 사물이나 사건"이라는 뜻도 있는데, 판타지 역시 "초자연적이고 비현실적인 일"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비현실적인 일은 미스터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판타지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아는 훌륭한 추리 소설(미스터리) 작가 중에는 정말 판타지 같은 소설을 척척 쓰기도 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와 미야베 미유키가 그렇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한국에서 처음 알려진 것은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작품이었지만, 지금처럼 대중적으로 유명하게 된 것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판타지 소설 덕이다.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오래된 가게를 배경으로 과거 인물과 현재의 주인공들이 편지를 주고 벌어지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는 번역 본이 나온 이래로 수년간 소설 분야 판매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고, 대학 도서관의 단골 대출 서적이다.
그뿐이 아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유명한 영화 <비밀>의 원작 소설을 집필하기도 했는데, 교통사고로 인해 딸과 엄마의 육신이 바뀌어 딸의 몸에서 살아가는 아내의 이야기 역시 미스터리 장르라기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영화는 물론 드라마로 만들어질 정도로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이다.
그러니까 요는 히가시노 게이고는 탐정 소설만 잘 쓰는게 아니라 판타지도 잘 쓴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올해 봄 판타지를 소재로 신간을 냈다. <녹나무의 파수꾼>
이 책은 작가가 작품을 다 써놓고, 이를 번역해 일본과 한국, 대만에서 동시에 출간한 작품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신비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어 기존의 가가 형사 시리즈나 공학과 과학을 지식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소설과는 결이 많이 다른 작품이다.
이야기의 전개는 이렇다. 일찍이 부모를 잃고, 학업의 기회도 변변한 직장을 얻을 기회도 없었던 주인공 레이토는 다니던 직장에서 부당해고를 당한다. 그리고, 홧김에 회사의 물건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힌다. 유치장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그에게 마침 한 번도 존재를 듣지 못했던 이모가 나타나는데 한 가지 조건을 걸고 합의를 도와주기로 한다. 그 조건은 녹나무를 지키는 것. 녹나무의 파수꾼이 되는 것.
영험한 장소로 알려진 덕분에 평소에도 관광객이 자주 찾는 월향신사의 녹나무이지만, 보름달과 그믐 밤이면 찾아오는 이상한 사람들, 녹나무에서 행해지는 알 수 없는 의식, 그리고 비밀 의식을 치르는 아버지의 뒤를 캐는 여대생 유미.
레이토는 의식을 위해 녹나무를 찾는 다양한 사람들과 이모, 유미와 유미의 아버지 등 여러 인물들 사이에서 서서히 녹나무의 비밀에 다가가게 된다. 그리고, 그 비밀에 도달하며 유미 가족에 얽힌 사연과 이모의 진심 등을 만나는데 그 이야기가 사뭇 애틋하고 잔잔하지만 감동스럽다.
무려 550페이지나 되는 긴 분량이지만, 작품의 후반부까지 녹나무의 의식에 대해 전혀 알려주지 않는 전개 때문에 녹나무의 비밀에 대한 궁금증으로 흡인력 있게 읽을 수 있었는데 여름 휴가를 호캉스로 간다면 잘 정돈된 호텔 침대에 누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쐐며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서점 매대에 가면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있는데, 밀리의 서재에서 전자책으로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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