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막이 내릴 때 - 히가시노 게이고
기도의 막이 내릴 때 - 히가시노 게이고
알만한 유명한 추리 작가들은 모두 자신을 대표하는 탐정(형사) 캐릭터를 갖고 있습니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애거서 크리스티의 에르퀼 푸아로, 애드거 앨런 포의 오귀스트 뒤팽. 많은 작품을 낸 히가시노 게이고에게도 이런 캐릭터 둘이 있습니다. 형사 가가 교이치로와 물리학자 유카와 마나부입니다.
<기도의 막이 내릴 때>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 캐릭터 가가 교이치로가 등장하는 소설입니다. 작가가 80년 대에 처음으로 쓴 것으로 알려진 작품 <졸업: 설월화 살인 게임>(데뷔작은 '방과 후')에서 대학생으로 등장해 2010년대 이후. 작중 캐릭터가 40대에 이를 때까지 10편의 소설에 등장하는데요. 일본에서는 유명 배우 아베 히로시가 가가 교이치로를 맡아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여러 편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얻은 캐릭터입니다.
큰 키에 서글서글한 성격이지만, 수사에 있어서만은 냉철하고 논리적인 가가 교이치로는 경찰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첫 직업이었던 교사를 그만두고, 형사가 되었는데요. 유년시절 어머니가 집을 나간 것의 원인을 아버지의 무신경함과 일중독 탓으로 생각해 일찍 독립해 아버지와 대면대면합니다 본인 또한 그런 삶을 살게 될까 봐 딱히 연애나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으로 수사 능력만큼은 본청에서도 인정받고 있지만 출세를 바라지 않고, 관할서에서 만족하며 어머니의 가출 원인의 단서를 찾기 위해 골몰합니다.
<기도의 막이 내릴 때>는 형사 가가 교이치로 시리즈의 완결판이라고 하는데요. 전작들에서 조금씩 흘려 왔던 집을 나간 가가의 어머니 떡밥을 회수할 생각이었는지 주된 내용은 집을 나간 어머니와 관련 있을 것으로 보이는 한 남자의 죽음, 그리고 유명 배우의 중학교 동창생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서로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두 죽음의 연결고리가 있었고, 살인의 트릭과 그 뒤의 숨어 있는 살인의 동기가 확인하는 순간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그 사람은 왜 그런 짓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하는 가슴속의 먹먹함이 느껴집니다.
범행 자체를 옹호할 순 없지만,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범죄자들의 사연은 정말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많은데요. 이 작품 또한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면 '아 그랬구나!',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인가?', '나라도 그렇게 했을지 모르겠다'하는 안타까운 감정이 찾아옵니다. 또, 가가 형사 어머니의 가출의 비밀을 확인하게 전작들을 읽으며, 궁금했던 부분이 다소 해결되어 전작들을 재미있게 읽었던 사람들이라면 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두 가지의 살인 사건 속에 가가 교이치로의 어머니 가출까지 더해져 내용이 다소 복잡할 수 있지만, 초반 부에 그저 나열되는 것만 같은 이야기들이 점점 연결되어 가고 중반 이후에는 범인과 사건의 윤곽 조금씩 드러나게 되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 책장을 계속 넘길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 불리는 히가시노 게이고답게 원전 근로자들의 노동 실태에 대해 꼬집는 부분도 인상적이구요.
480 페이지가 넘는 책을 한 순간도 손에서 떼지 않고, 화장실도 가지 않고, 물 한모금 마시지 않고, 몰입해 읽었는데요. 전작들을 읽지 않아도 사건을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고, 이 한편을 따로 떨어뜨려 놓아도 훌륭한 미스터리 소설이기에 추리 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접하지 못한 분들이라면 80편이 넘게 번역되어 출간된 그의 소설들 중 가가 교이치로 시리즈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일본에서는 2018년에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는데요. 알고보니 약 2주 전 국내에서 개봉하기도 했습니다. 시리즈의 주연을 맡았던 아베 히로시와 일본 여배우 중 탑클래스라고 하는 마츠시마 나나코가 출연하는데 의외로 평점이 좋아 영화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가가 교이치로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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