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차별의 시대 속에서 내딛은 위대한 한걸음, <히든 피겨스>
위대한 전진은 누군가의 한걸음으로 부터 시작된다. 그 한걸음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고, 다음 사람을 위한 이정표가 된다. 영화 <히든 피겨스>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런 위대한 전진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NASA(미항공우주국)에 근무하며 '흑인'과 '여성'이라는 편견에 맞서 인류를 달에 올려 보내는데 기여하고, 자신들과 똑같은 처지의 흑인들에게 이정표가 된 사람들 말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냉전의 시대에는 모든 것이 경쟁이었다. 경제도 외교도 군사력도. 그 경쟁의 정점은 우주개발이었다. 1957년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프트니크'호를 발사한 소련은 그 기세를 몰아 1961년 유리 가가린을 태우고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한다. 미국은 1등과 2등 밖에 없는 승부 속에서 두 번이나 지며,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유인 우주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주인공 캐서린, 도로시, 메리는 이 시기 나사에서 전산원으로 근무한다. 필요 시 차출에 의해 여러 부서를 전전하며 우주선 개발에 필요한 각종 수식을 계산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로켓의 궤도를 계산하는 캐서린 / 출처: 네이버 영화
1961년의 미국은 버스에 백인과 흑인 전용이 좌석이 나누어져 있고, 공공 도서관에 흑인을 위한 섹션이 따로 존재하며, 백인만 입학 가능한 학교가 있던 차별이 만연한 곳이다. NASA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색인(흑인) 전용 화장실과 식당으로 구분되고, 같은 커피포트를 사용하는 것조차 눈치를 보아야 하는 그곳에서 흑인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고, 그들은 늘 백인 동료와 상사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캐서린과 도로시, 메리는 그런 무시와 차별을 그들의 실력과 노력, 열정으로 이겨낸다.
우측 가운데 'white'라고 쓰여 있는 곳까지가 백인전용 좌석이고, 그 뒤가 흑인용이다. 1960년까지도 이런 일이 일반적이었다.
캐서린은 뛰어난 계산 능력으로 상사에게 인정받으며 미국 최초의 유인 우주선의 궤도를 구하고, 소련과의 우주개발 경쟁에서 전환점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도로시는 나사에 처음 도입된 컴퓨터 시스템을 스스로 익히며 흑인 여성 최초로 나사 관리자가 된다. 메리는 정식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재판을 통해 백인만 입학 가능한 학교에 등록하고 결국 흑인 여성 최초의 엔지니어가 된다. 실존하는 세 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흑인과 여성이라는 차별을 묵묵히 헤쳐 나가는 그들의 삶을 유쾌하지만,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직장과 사회에서 차별받지만, 흑인 사회에서 서로가 의지하며 백인들의 차별을 견뎌내는 모습이라든지 자녀에게 흑인이지만 당당할 것을 이야기하는 장면들은 여러 가지 생각을 자아내게 했다.
영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유쾌하다 / 출처: 네이버 영화
특히 건물 내에 흑인 전용 화장실이 없어 수십 분을 왕복해야 했던 캐서린이 상사에게 비탄에 잠겨 절규하는 장면에서는 안타깝고 가슴 아팠으며, 그녀의 말에 한마디에 해머를 들고 흑인 전용 화장실 간판을 때려 부수며 '나사에선 모든 사람의 소변 색은 노란색이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크나큰 감동을 주었다. 또 암묵적으로 여자는 들어갈 수 없다는 미국 국방성 회의에 들어가 로켓의 착지 궤도를 계산하는 장면은 통쾌함을 주기도 했다. 물론 극적 효과를 위한 픽션이 가미되었다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의 삶이 영화만큼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차별의 벽을 넘어 한걸음 전진하며 그들의 삶과 흑인 사회의 진보는 물론 나아가 우주개발의 참여를 통한 인류 진보에 기여한 그들의 생애가 위대하게만 느껴졌다.
전산원으로 근무하는 흑인 여성 모두가 컴퓨터실로 배정 받는 장면도 무척 감동적이다 / 출처: 네이버 영화
오랜만에 만나는 깊은 감동과 더불어 주연 3인방. 타라지 P 헨슨, 옥타비아 스펜서, 자넬 모네, 그리고 케빈 코스터너와 커스틴 던스트의 연기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 너무 훌륭하다.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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