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엔걸 스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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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이 유우를 떠올리면 그녀가 우익이라는 사실 때문에 한국에서 ‘아오이 우익’ 정도로 조롱받는 것이 가장 먼저 생각나지만, 그녀는 그녀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이미지를 가진 여배우다. 그녀가 우익인 것과 별개로 그녀가 가진 특유의 분위기가 참 좋고, 이 영화는 그녀의 그런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이야기의 시작은 작은 일이었다. 독립을 원하던 ‘스즈코’는 친구와 함께 집을 얻어 나가 살려고 했다. 그저 가족으로부터 독립된 어른의 삶을 살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사 날 친구가 나타나지 않는다. 실은 남자친구와 함께 그 집에 들어가 살려고 했는데 그와 헤어지게 되어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스즈코는 졸지에 모르는 남자와 단둘이 한집에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된다.
관객 입장에서도 화가 나는 이 불편한 동거의 상황에서 스즈코는 고양이 한 마리를 주워온다. 하지만 함께 살게 된 남자는 고양이를 내다 버리고, 결국 이성을 잃은 스즈코는 남자의 짐을 모두 내다 버려 전과자가 된다. 인생이 꼬여버린다.
형기를 마치고 돌아온 스즈코는 동네 사람들. 심지어 동생에게 전과자라 손가락질받는다 없이 떠난 곳에서 100만 엔을 모은 뒤 또다시 다른 곳으로 떠나는 도피를 시작한다. 자신의 전과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자신을 보호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처음으로 떠난 곳은 먼 시골의 바닷가. 매일 해수욕장에서 빙수를 만드는 일을 하며 사람들과 벽을 쌓고, 가까이 다가오는 이에게 거리를 두며 생활한다. 두 번째는 시골 마을. 복숭아 농장에서 성실히 일하는 스즈코는 마을 사람들에게 호감을 받고, 마을의 홍보대사인 ‘복숭아 아가씨’를 맡아 주기를 권유받지만 전과 때문에 그곳에서 역시 도피하고 만다.
일본의 빙수는 이렇게 색소가 전부인가보다
스즈코가 전과자임을 알았지만 여전히 다정하게 대해준 농장 아주머니
세 번째로 간 곳은 도시. 마트의 원예 코너에서 일하게 된 그녀는 동료 나카지마를 좋아하게 되고, 그가 그녀의 전과를 이해하면서 사랑을 꿈꾸게 된다. 드디어 자신의 벽을 서서히 허물며, 정상적인 삶을 그려보기도 하지만 사소한 오해로 스즈코는 다시 나카지마를 떠나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다.
저녁 같이 먹자는 대사에 웃어버렸다. 아.. 역시 연애는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하는 것부터 시작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ㅎㅎ
누구나 살면서 스즈코와 같이 삶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시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삶으로부터 완전히 도망친 것처럼 보인 그 상황 순탄하지만은 않다. 여기가 힘들어서 도망친다고 해서 새로운 그곳이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고, 아마도 같은 이유로 다시 삶과 정면으로 마주쳐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전과를 숨기기 위해 떠났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전과자임을 밝혀야 하는 순간을 마주하는 것처럼.
그리고 언제까지 도망칠 수는 없다는 것을 스즈코도 깨닫게 될 것이다. 처음으로 자신이 전과자임을 밝혔던 복숭아 농장에서 그녀는 마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게 됐지만, 자신이 전과자임 알게 된 것에도 불구하고 살뜰하게 챙겨주는 주인아주머니에게서 따뜻함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카지마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처럼 자신의 전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온전히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도 깨닫게 될 것이다. (지금은 약간의 오해가 있지만)
그녀는 또 다른 장소에서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며 더 마음을 열고 점점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자신이 서 있는 그곳에서 전과라는 자신의 과거와 맞서고 당당하게 살아가게 될 것이다. 영화에서 스즈코의 동생은 왕따를 당하지만 스즈코와는 다르게 학교를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꿋꿋이 왕따의 주도자들과 맞서는 것처럼. 스즈코에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오리라. 그냥 내 짧은 생각에 감독은 그런 것을 말해주고 싶은 게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새로운 곳으로 떠나든 그 자리에 있든 그 힘든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성장하고 앞으로 나가리라는 것?!
아름다운 영상과 아오이 유우의 청순함. 그리고 따뜻한 정서가 봄날과 잘 어울리며 큰 여운을 준다.
* 영화 속에서 빙수를 만들어 팔던 아오이 유우. 영화의 영향인지 그 이듬해에 일본의 빙수집을 탐방하는 내용을 잡지에 연재해 흥미로운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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