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브라더, 오 시스터
이런 영화가 좋다. 보고 있어도 따뜻한 영화. 일본의 한 원로 배우가 '한국 영화와 일본 영화의 차이는 대학생과 유치원생 수준의 격차'라고 말한 것처럼 이미 한국 영화 수준이 일본 영화를 넘어섰다는 것이 대게의 평가라지만, 여전히 이런 따뜻한 영화는 일본의 그것을 따라갈 수 없다. 그만큼 한국 영화의 소재가 자극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긴 현실이 더 영화 같으니까 영화의 소재는 점점 더 자극적일 수밖에 없을지도. 국정농단이라든지 국방 비리라든지, 희대의 사기극 같은.
이 따뜻하고 소소한 삶을 담은 영화 <오 브라더, 오 시스터>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 남매를 다룬 영화다. 한 남매에게 찾아온 사랑에 관한 이야기. 7살 차이가 나는 요리코(누나)와 스스무(남동생)는 어려서 일찍 부모를 잃고, 서로에 의지해 살아간다. 사실상 누나가 부모의 역할을 해 온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어린 동생을 키우다시피 하여 함께 살고 있으니 40살의 누나는 그동안 제대로 된 연애를 할 기회가 없었다. 게다가 어릴 적 스스무의 장난으로 자전거 사고를 겪어 요리코의 앞니가 망가져 버렸고, 스스무는 본인 때문에 누나가 연애를 하지 못하는 것이라 자책하며 살고 있다.
출처: 네이버 영화
마찬가지로 요리코 역시 스스무의 연애에 짐이 되고 있다. 엄마 같은 요리코를 버릴 수 없기에 결혼 후에도 혼자 남겨질 그녀를 걱정해 누나와 함께 살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랑 누나 중에 누굴 더 사랑해?" 같은 질문을 남기고 떠난 여자 친구 이후로는 더 이상 누군가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두 사람에게도 사랑의 봄바람이 찾아온다. 요리코는 자신이 일하는 안경점에 방문하는 영업사원 아사노를, 스스무는 우편물이 잘못 배달되며 알게 된 동화작가 오카노를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요리코는 뭔가 자신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는 아사노에 남몰래 흠모하게 되고 자신의 생일 날 저녁 만남을 요청하는 아사노에 대해 기대를 하게 된다. 한편 스스무는 동화작가 오카노의 작업을 도와주며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지만 누나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을 열지 못한다.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가 이 과정을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 따뜻하고 잔잔하다. 오랜만에 만난 누나의 동창 앞에서 동생이 연하의 남편을 연기하는 모습. 동생이 선물한 도시락 케이스를 학창시절 내내 사용했던 누나의 에피소드. 실연한 동생을 위해 책을 보며 실연의 극복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누나. 자신의 방에서 펑펑 울고 있는 누나를 위해 모른 척 연기하는 동생. 누나의 앞니를 망가 뜨렸던 자신의 실수를 괴로워하는 모습이나 누나를 걱정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철벽을 치는 모습 등.
출처: 네이버 영화
두 남매를 연기하는 가타기리 하이리와 무카이 오사무의 연기가 훌륭하다. 무카이 오사무의 원래 훈내 넘치는 배우였는데, 이 작품에서는 훈훈함이 넘쳐 흐른다. 뭐 우익이라는 얘기가 있어 아쉽지만. 카타기리 하이리도 정말 개성 넘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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