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 옆 요리집 다섯 귀신 이야기 - 미야베 미유키 「메롱」
메롱 -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북스피어 |
7월부터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를 읽고 있다. 그동안 <피리술사>, <괴이>, <흔들리는 바위>,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을 읽었으니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전까지 미야베 미유키는 <퍼펙트 블루>를 읽은 것이 전부였는데, 한 달 사이 5권이나 읽어버렸다.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는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와 시대상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넘기는 것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이 책 <메롱>은 550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지만 책의 무게에 비하면 무척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죽은 이들의 원혼, 귀신소동, 과거의 살인사건, 빙의, 미스터리가 섞여 있는 괴담치고는 유쾌해 하이틴 명랑소설 같다.
후네야는 수로 옆에 위치한 요리집으로 배 모양을 닮아 후네(船 - 배)야(屋 - 상점)로 불린다. 오린은 후카가와의 신장개업 요릿집 ‘후네야’의 외동딸이다. 그녀는 후네야로 이사 오자마자 고열을 앓게 되는데 그 날 이후 원혼들을 볼 수 있게 된다. 후네야에는 젊은 미남 무사 겐노스케, 아름다운 오미쓰, 말을 잘하지 못하는 무사 덥수룩이, 안마술사 할아버지 와라이보, 오린 또래의 여자아이 오우메까지 총 다섯 원혼이 살고 있다.
죽으면 이승을 떠나야 하는 것이 이치인데 원혼들은 어찌된 일인지 후네야에 머물며 가게 영업을 방해한다. 후네야의 첫 번째 영업일에 덥수룩이 원혼이 연회장을 망쳐 후네야가 '귀신 요리집'으로 소문이 나게 된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오린은 다섯 원혼을 성불시켜 그들이 후네야를 떠나도록 돕기로 결심한다. 이 과정에서 오린은 '후네야' 터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그곳은 과거 절이 있던 장소로 사악한 주지승이 많은 이들을 살해한 현장이었다.
한편 '귀신 요리집'이라는 오명을 쓴 후네야는 이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후카가와 인근에서 귀신을 볼 수 있다는 두 여자를 불러 영험함을 대결하는 연회를 열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후네야 원혼들은 물론 주변인들을 둘러싼 비밀과 오린의 출생까지 밝혀지며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다.
후네야를 둘러싼 인물들과 원혼들까지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 여름 밤 배를 깔고 엎드려 쓱쓱 읽어 넘기기에 아주 좋다.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 오린 이외에도 몇 명의 사람들이 특정 원혼을 볼 수 있게 되는데 이들은 모두 그 원혼이 가진 후회, 회한, 집착 등과 관련 있는 사람들이라는 설정이다 .
즉 질투심을 가득 가진 사람은 누군가를 질투하며 죽음을 맞은 오미쓰의 원혼을 보게 되고, 형제간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진 사람은 형제에게 원한 갖고 죽은 덥수룩이의 원혼을 보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단지 원혼들이 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산 사람들에게 자신의 응어리를 털어놓고 그들의 구원을 위해 애쓴다.
이 책의 제목이 '메롱'인 이유는 어린아이 원혼 오우메가 오린을 볼 때마다 '메롱'을 하기 때문인데, 작가는 작품 중 겐노스케의 대사를 통해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인간이란 복잡하거든. 좋아하는 상대, 마음을 끌고 싶다고 생각하는 상대에게는 오히려 솔직해지지 못할 때가 있어. 오우메가 네 앞에 나타나서 메롱을 하는 이유도 똑같은 게 아닐까"
<메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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