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인사이드? - 미야베 미유키 「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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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 -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북스피어 |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얼굴이 잘 생긴 게 금수저야." 얼마 전 거울을 보고 난 뒤 친구에게 한탄했다. "안경을 바꾸고 싶었는데 안경이 문제가 아니라 얼굴이 문제였어." 머리를 자르고 난 뒤 대개 맘에 드는 경우가 없는데 그 역시 얼굴이 문제인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는 외모가 뛰어난 게 갑(甲)이다. 솔직히 나조차도 미남, 미녀를 보면 호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니 외모 지상주의라고 비난할 자격도 없다. 아니 사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美)에 집착하는 건 인간의 본질적 욕망이다. 이 책 「미인」은 바로 이런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인간의 욕망에 관한 내용이다.
주인공 오하쓰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소녀다. 어떤 사물 만지거나 사람을 맞딱뜨리거나 죽은 이의 시신을 보면, 그것들에 얽힌 과거를 볼 수 있다. (마치 사이코 메트리처럼) 오하쓰는 오캇피키(에도시대의 탐정)로 일하는 오빠 로쿠조와 함께 살며 종종 그의 사건을 돕고 있다. 벚꽃이 흩날리는 어느 봄. 붉은 노을과 함께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소녀들이 행방불명(가미카쿠시)된다. 조사를 맡은 오하쓰는 요즘으로 치면 썸남인 우쿄노스케, 말하는 고양이 데쓰와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나간다.
미미여사 참 좋다. 그 시작은 미야베 미유키를 좋아하는 여자가 좋아졌기 때문인데, '그녀가 좋아한다는 미야베 미유키는 어떤 작가지?'하는 생각으로 읽다 보니 어느덧 여덟 번째다. 평소 좋아하던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했는데 미미여사의 작품 역시 그에 못지않게 이야기가 탄탄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져 준다.
이 작품은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 욕망이 주제다. 인간은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어한다. 앞에서처럼 나도 그렇다. 소설 속에선 이러한 미에 대한 집착과 욕망이 괴물을 낳는다. 우리가 사는 지금도 다르지 않다.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이 성형중독과 성형 부작용을 낳았고, 외모만으로 사랑받거나 무시당하는 사회 풍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겉모습이 아무리 예뻐도 그 내면이 아름답지 못하다면 과연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까?' 작가는 「미인」을 통해 이러한 우리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고 나서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뷰티 인사이드>가 떠올랐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라는 메시지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바꿀 수 없는 걸 왜 고민하고 있냐?" 내 한탄에 친구가 핀잔을 준다. 우리는 어쩌면 겉모습을 아름답게 가꾸려고 너무 많이 애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구의 말처럼 타고난 겉모습을 바꾸기란 쉽지않다. 쉬이 바뀌지 않는 것을 바꾸려고 애쓰는 동안 과연 우리는 겉모습만큼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도 저는 이번 일을 통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누구에게나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비치는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 적어도 인간의 외모나 자태에는 최고의 아름다움이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콩깍지가 씌면 곰보도 보조개로 보인다고 하잖아요. 사랑에 빠진 사람의 눈에는 상대방의 얼굴에서 훌륭한 아름다움이-우쿄노스케님이 말한 '최고의 아름다움'이 보이는 법이에요." "그래요. 아름다움이란 결국 보는 이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그게 정답입니다." -504p |
미미여사의 에도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에도 시대를 여행하는 듯한 현대물과는 다른 재미가 있다. 또 일본 현대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가득 담은 작품들에 비해 덜 무거워 가벼이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 전체를 모으지는 못해도 에도 시리즈 전권을 섭렵하고 모아보자는 불타는 의지로 시리즈를 모으고 있다.
에도 시리즈는 표지가 예뻐서 모아 놓으면 분명 장식적 효과도 있다. 다만 책값을 감당하기
만만치 않겠지만..
<표지 일러스트가 너무 아름답다>
오하쓰의 신비한 능력과 우쿄노스케 콤비의 또 다른 작품 「흔들리는 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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