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의 전설의 고향 -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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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북스피어 |
한국에서 나고 자란 30대 이상 된 사람이라면,
아마도 한 번쯤은 드라마 '전설의 고향'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 같다.
몇 년 전에도 여름 시즌에 맞춰 공포를 컨셉으로 구미호나
귀신이 등장하는 단막극 형태로 몇 번 방영된 기억이 있는데,
원래 전설의 고향은 귀신 이야기를 포함해 각 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기이한 이야기들을
각색하고 극화해 방영한 드라마다.
특이할 만한 점은 매번 한 편이 끝날 때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이야기는 OO 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로 어쩌구 저쩌구~'하는 식의
나레이션으로 드라마가 끝난다는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를 다 읽고 났을 때 전설의 고향이 생각났다.
이 책은 에도시대에 혼조(지금의 도쿄 스미다 구)라고 불리던 지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7가지 불가사의에 대한 전설을 소재로 미야베 미유키의 상상력을 더한 7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1. 외잎 갈대
오카와 강에 놓인 오하시 다리 북측에 고마도메 해자라는 작은 해자가 있었다.
이 해자의 물가에서 자라는 갈대는 왜 그런지 잎이 줄기의 한쪽밖에 나지 않아 괴이하다.
2. 배웅하는 등롱
혼조 근처에서 이슥한 밤에 혼자 밖을 걸어 다니면, 아득히 먼 전방에 오도카니 등롱의 빛이 보인다.
누군가 사람이 있으려니 생각해 신경 쓰지 않고 걸어가도 비슷한 정도의 거리에서 계속 등롱의 빛이 보인다.
마치 자신을 배웅해 주는 것 같지만 따라잡으려고 발을 빨리해도 잡을 수 없고,
등롱을 들고 있는 것의 정체도 알 수 없다.
3. 두고 가 해자
혼조에 있는 어느 해자에서 낚시를 하면 아주 많은 물고기를 낚을 수 있지만,
바구니를 다 채우고 돌아가려고 하면 해자의 밑바닥 쪽에서 두고 가... 두고 가...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깜짝 놀라 다리가 얼어붙어 버리는 탓에 도망치려고 해도 넘어지고 구를 뿐
헐레벌떡 겨우 도망쳐 문득 정신이 들면 물고기를 넣은 바구니 안이 텅 비어 있다.
4. 잎이 지지 않는 모밀잣밤나무
오카와 강가에 있는 한 무가의 저택 정원에 큰 모밀잣밤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는 어떤 때에도
한 장의 잎도 떨어뜨린 적이 없다는 기묘한 나무였다.
그 때문에 이 저택은 아주 유명해져서, '모밀잣밤나무 저택'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5. 축제 음악
가을밤, 어딘지 모를 곳에서 반주 음악의 소리가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온다.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확인해 보려고 밖으로 나가 음악 소리를 쫓아가면, 쫓을수록 소리는 멀어진다.
마치 추적하는 자를 비웃는 것 같다.
결국 단념하고 문득 정신을 차리면 말도 안 되는 시각이 되어 있고,
말도 안 되는 장소까지 와 있다.
6. 발 씻는 저택
혼조 미카사초의 한 무사의 저택에서 매일 밤 축삼시가 되면 저택 전체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고,
이윽고 천장을 부수며 거대한 발이 뚤고 내려온다.
이 발은 심하게 더럽혀져 있는데, 천장 위쪽에서 "씻어라, 씻어라"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명령대로 깨끗하게 발을 씻어 주면 발은 고분고분 물러나지만
다음 날 축삼시가 되면 다시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몹시 난감해진 이 무사가 저택을 바꾸려고 하니 괴현상은 뚝 그쳤다.
7. 꺼지지 않는 사방등
혼조 남쪽 하수 근처의 메밀국수집 사방등은 아무도 없는데도 언제나 밝게 빛나고 있다.
기름을 채우는 모습도 볼 수 없는데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괴이하다.
이런 식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혼조 지역의 일곱 개의 전설을 소재로 쓰인 에피소드에는
실종이나 살인, 사기 등 범죄 사건 등이 벌어진다.
흥미롭게도 각 에피소드에는 오캇피키 모시치가 등장하는데,
형사이자 탐정, 마을의 보안관 같은 역할을 했던 오캇피키이지만 혼조의 모시치는
사려 깊은 마음으로 사건 피해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함이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기이한 이야기라는 눈에 띄는 제목에 추리/미스테리 장르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인간적인 이야기들 단편들로 구성되어 가볍게 읽기에 참 좋다.
책을 다 읽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교이치로 형사 시리즈나 혼다 테쓰야의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처럼
모시치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가 계속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캇피키 모시치는 최근 출간된 「맏물이야기」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고 하니 어서 빨리 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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