츤데레의 정석 - 오베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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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다산책방 |
요즘 인터넷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 중에 '츤데레'라는 말이 있다.
최근에 유행하기 시작한 신조어인데 본래 일본어의 츤츤(つんつん)과 데레데레(でれでれ)라는 단어가 결합한 단어로 츤츤은 '애교가 없고 퉁명스러운 모양'을 뜻하며, 데레데레는 '부끄러워하는 수줍어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의태어다.
츤데레는 결국 퉁명스럽고 애교가 없지만 사람들 앞에서 다른 한편으로 부끄럽고 수줍어하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포함하는 단어로 [처음에는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나중에 우호적인 태도로 보여주는 사람], [특정 인간관계에서 적대적인 태도와 호의적인 태도의 양면을 가지는 경향] 등을 뜻한다.
이 책 <오베라는 남자>의 주인공은 오베의 행동이 바로 이 츤데레가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가 아닐까 싶다.
<오베라는 남자>는 스웨덴의 칼럼니스트 프레드릭 배크만의 첫 번째 장편소설로 자신의 블로그에 쓰기 시작한 글이 인기를 얻으며 소설로 출간되어 독일, 영국, 캐나다 등지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한국에서도 꽤 오랫동안 소설 부문 상위권을 유지해 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아이유가 이 책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사진에 찍히며 다시 한 번 이슈가 되기도 했다.
주인공 오베는 50대 후반의 남자로 혼자 살고 있다.
원래부터 혼자 산 것은 아니었고, 그 역시 와이프가 있었으나 암으로 몇 년을 투병하다 죽었다.
와이프의 죽음 이후 그는 하루 하루 회사 일에 충실하며 삶을 버텨나갔는데,
결국 해고를 당해 회사를 나온 뒤 와이프의 뒤를 따르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자살을 결심하고 목을 매기 위한 고리를 벽에 달고 있던 날,
그의 이웃으로 IT컨설턴트 패트릭과 그의 아네 파르바네가 이사오며 오베의 계획은 꼬이고 만다.
오베는 원래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운 다정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까칠한 남자로
규칙이라면 절대 어기지 않을 원칙주의자이다.
이를테면 문은 잘 잠겼는지 꼭 세 번 당겨 확인하고, 집 앞 도로에는 절대 차가 지나다녀서는 안 되며,
자전거는 반드시 자전거 보관소에 보관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화가 나 씩씩거리는 식이다.
어린 시절 그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규칙을 지키고 굽히지 않는 성격으로 자란 뒤
비록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지도 못했지만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며 인정을 받는 사람이 되었고,
와이프를 만난 이후 오직 그녀만을 사랑하며 무던한 삶을 살아왔다.
그런 그이기에 자신의 일자리를 잃고, 사랑하는 와이프마저 없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목을 매거나 자동차 매연을 흡입하거나 기차 선로에 뛰어 들거나, 라이플 총으로 자살하려고 시도해 보지만
결국 번번히 파르바네 가족과 엮이며 죽지 못한다.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찾아오는 파르바네 가족과 이웃들의 부탁을 거절하고 쌀쌀맞게 굴어보지만
마지막엔 늘 그들의 부탁을 모두 들어주고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챙겨주기까지 한다.
심지어 툴툴거리면서도 길고양이까지 거두는 그의 모습이 딱 요즘 유행하는 츤데레의 정석이다.
결국, 오베는 다사다난한 사건들을 겪으며 자살하지 못하고, 잊고 있던 이웃들과 친구가 되며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
짧은 챕터 40개로 구성된 이 책은 챕터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데
현재 오베의 삶과 어떻게 해서 오베가 이런 성격을 갖게 되었는지 또는 주위 사람들과 이런 관계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의 흐름이 다음 페이지를 궁금하게 만들고, 툴툴거리며 냉소적인 오베의 말투와 행동 묘사가 웃음을 자아낸다.
또 오락으로서의 독서에 충실하면서도 그 안에서 깨닫게 되는 삶에 대한 태도 역시 생각해 봄직하다.
죽음이란 이상한 것이다. 사람들은 마치 죽음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양 인생을 살아가지만,
죽음은 종종 우리 삶을 유지하는 가장 커다란 동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 중 어떤 이들은 때로 죽음을 무척이나 의식함으로써 더 열심히, 더 완고하게, 더 분노하며 산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죽음의 반대 항을 의식하기 위해서라도 죽음의 존재를 끊임없이 필요로 했다.
또 다른 이들은 죽음에 너무나 사로잡힌 나머지 죽음이 자기의 도착을 알리기 훨씬 전부터 대기실로 들어가기도 한다.
우리는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지만, 대부분은 죽음이 우리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데려갈지 모른다는 사실을 더 두려워한다.
죽음에 대해 갖는 가장 큰 두려움은, 죽음이 언제나 자신을 비껴가리라는 사실이다. -436p
이 책이 곧 영화화 된다고 하는데 오베의 모습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잭 니콜슨이 떠오르는데,
아무래도 오베 역할을 하기에 잭 니콜슨이 나이가 너무 많은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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