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흑역사 -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실패와 실수의 역사들
우리는 매일 자신만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와중에 종종 '없었던 일로 해버리고 싶은 일'을 저지르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을 몇 해전부터 인터넷에서는 흑역사라고 부른다. 내게는 어느 날 밤 모모 양이 사는 동네에 갔다가 그녀를 불러내 꽃다발을 안겨준 일이 그런 것 중 하나인데 생각만으로도 절로 이불 킥을 하게 된다.
개인의 흑역사는 나처럼 개인의 수준에서 부끄러워하고, 분해하면 끝날 일지만 어떤 이는 자기가 속한 집단에 민폐를 끼치거나 해악을 저지르는 치명적 실수를 하기도 한다. 두고두고 손가락질받거나 웃음거리가 되는 실수를 하기도 하고, 심지어 스스로를 해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기도 한다.
<인간의 흑역사>는 개인의 수준에서가 아닌 인류 전체에 길이 남을 우스꽝스러운 흑역사들을 정리한 책이다. 알렉산더 대왕의 페르시아 정벌이나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진시황의 대륙 통일 같은 영광스러운 역사가 아니기에 우리가 잘 몰랐던 일들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인류가 무언가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래 이렇게 바보짓을 많이 했는가 하며 놀랍기만 하다.
인류 과학과 사학, 과학철학을 전공하고, 매거진의 편집장을 지냈다는 작가가 예술, 문화, 과학, 기술 등 다양한 주제로 나눠 정리해주는 '인간의 흑역사'들은 술술 읽히며 흥미롭다. 조금은 시니컬한 작가의 어조 역시 재미있다. 역사와 문화, 문명 등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즐겁게, 그리고 가볍게 읽을 만 하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뼈아픈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
바로 인간의 흑역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북극의 빙하가 눈에 띄게 줄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오늘의 모습을 보며, 미래의 후손들은 이를 20~21세기를 산 인간들의 흑역사로 기억할지도 모른다.
'역사를 통해 배운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만약, 우리가 역사를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 어떤 찬란한 문명과 화려한 업적이 아닌 인간들의 흑역사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 아닐까.
책 속에 흥미로운 이야기
- 마오쩌둥 : 낱알을 먹는 참새를 보고, '저 새는 해로운 새다'라며 인민들에게 참새를 잡을 것을 명했고, 한 해 동안 2억 마리가 넘는 참새를 잡아들여 온 논에 해충들이 창궐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대기근이 왔고, 수천만이 굶어 죽었다. - 토마스 오스틴 : 호주 이민자로 영국에서 즐기던 토끼 사냥을 위해 들여온 24마리 토끼가 호주 전역에 100억 마리 넘게 퍼지게 만든 장본인. 수십 억 마리의 토끼는 초목을 먹어 삼켰고, 호주는 틈틈이 토끼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 토마스 미즐리 : 납이 가득한 휘발유를 만들어 수 십년에 걸쳐 수 백만명의 납중독자를 만들어 내는데 그치지 않고, 프레온 가스를 발명해 기어이 오존층에 구멍을 뚫었다. 심지어 말년에는 소아마비로 누워지냈는데, 자신이 직접 몸을 일으키는 장치를 만들어 이용하다 로프에 목졸려 죽었다. - 유진 시펠린 : 셰익스피어의 열렬한 팬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등장한 몇 종의 새를 뉴욕에 들여와 날려보냈다. 그 중 찌르레기들이 살아남아 오늘날 미국 전역에 2억 마리 이상 퍼지게 됐는데 농작물을 먹어치우고, 각종 질병을 퍼뜨리는 것도 모자라 비행기 엔진을 고장 내 탑승객 60여 명이 사망하는 추락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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