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빵집 -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는다? 흥미롭네'
누군가 내게 이 책을 추천해 주었을 때, 흥미로운 제목에 '아 그럼 나도 사서 읽어볼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게다가 빵이라니... 빵은 내가 항상 관심을 두는 주제다. 몇 번이나 베이킹에 도전해 실패한 이후 와신상담하고 있지만 언젠가 다시 도전할 요량이다. 그래서 저자가 늦은 나이에 빵을 배우며, 제빵의 세계에서 자본주의의 원리를 깨쳤다는 이야기에 이 책을 주저 없이 구매했다.
하지만 너무 기대가 컸던 것일까?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다. 1부 <부패하지 않는 경제>는 저자의 철없던 시절과 반성. 뒤늦게 입사한 회사에서 부조리와 제빵에 입문하게 된 사연을 다룬다. 2부 <부패하는 경제>에서는 저자의 빵집 [다루마리]에 관한 이야기로 누룩균과 시골생활, 소상인 연합을 소개한다.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는 책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자본주의에 대한 언급은 저자가 빵집 사원으로 일하며, 가게 안에서 상품과 가격, 임금과 이윤, 생산수단 등 자본주의 요소를 몸소 경험한 내용에 빗대어 쓴 것으로 30~40페이지 남짓이다. 안타깝지만 이 책으로 자본론의 수박 겉핥기도 힘들겠다. 물론 아주 이해하기 쉽게 자본주의가 움직이는 원리를 설명하고 있지만, 이 정도의 내용이라면 사회 교과서로도 충분할 것 같다. 그런데도 책의 주제분류가 [사회과학>사회사상사>마르크스주의]라니 다소 놀랍다. 묘하게 잘 포지셔닝 되었다고나 할까? 이 책을 자연주의 유기농 빵집 아저씨의 고군분투기 에세이로 소개했다면, 이렇게 인기를 얻지는 못했을 것 같다.
물론 책 자체는 나쁘지 않다. 자본주의의 흐름을 거부하고, 느리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무척 의미가 있다. 게다가 공장에서 만들어온 반죽으로 똑같은 빵만 굽는 한국의 프랜차이즈 빵집들을 생각하면, 주인공의 천연효모 빵집이 부럽기까지 하다. 얼마나 맛있을까 궁금하다. 하지만 자본론에 대해 알기 쉽게 쓰인 대중서로 오해하고 구매한 사람들에겐 다소 당황스러울 법하다.
주인공의 빵집 [다루마리]를 소개하자면 그곳은 깨끗한 물과 농약을 치지 않은 밀, 천연발효 시킨 효모로 빵을 만든다. 따라서 깨끗한 물과 잘 발효된 효모를 얻기 위한 시간과 노력은 물론 높은 원재료 가격으로 값이 비싸다. 또 빵집으로는 드물게 주 4일만 영업하며, 직원들의 주 2일 휴가도 보장한다. 바르게 만든 제품을 정당하게 팔겠다는 저자의 신념이 반영되어 있다. 수입 밀과 공장에서 배양한 효모로 원가를 낮 수 있고, 쉬지 않고 영업해 돈을 더 벌 수도 있겠지만 노동력 착취, 원가절감을 통한 저품질 상품으로 이윤을 창출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폐해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도전하는 모습이 당차고, 빵 하나를 만드는데도 신념을 지키고 정도를 걷겠다는 일본인 특유의 장인 정신도 보인다. 당장 일자리조차 구하기 힘든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부럽기만 한 이야기라 어쩌면 더 관심을 끌었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1부는 재미있어 쉬지 않고 읽을 수 있었는데, 2부는 다소 따분하다. 역시 마케팅이 잘 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더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