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 걸러도 괜찮을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 걸러도 괜찮을 영화
돌아오지 않아도 됐을 후속 편, 돌아오지 않아도 됐을 외계인
넷플릭스에 반가운 영화가 보였다.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90년대 이후 태어난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인디펜던스 데이는 90년대 흥행 영화 중 대표작이다. 스토리적으로 뛰어나진 않았지만, 뜨고 있는 스타 윌 스미스와 제프 골드블룸, 빌 풀먼 등 주조연급 배우들에 이미 당대에 유명 감독 중 하나였던 롤랜드 에머리히가 참여한 SF 액션 블랙버스터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미국의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표하고, 미군이 외계인을 무찌른다는 미국 국뽕이었는데 당시에는 흔한 소재라 이해할만했다. 적당한 액션과 이야기로 좋은 평가받으며 그 해 흥행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그런 괜찮은 작품의 후속 편이라니 기대하고 영화를 봤다. 2016년 개봉작으로 1996년에서 딱 20년이 흘러 후속 편이 나온 것이니 꽤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작품일 거라고 생각했다. 윌 스미스는 출연하지 않지만 제프 골드블룸과 빌 풀먼이 그대로 등장하고, 토르 크리스 헴스워스의 동생 리암 헴스워스가 주연을 맡았다. 감독도 그 사이 <투머로우>, <2012>, <패트리어트 : 늪 속의 여우> 등을 만들며 필모를 쌓아 더 기대가 됐다.
하지만, 윌 스미스가 빠진 점을 간과했다. 윌 스미스가 없는 인디펜던스 데이는 상상할 수도 없는데, 그가 빠졌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뜻이었다. 다른 작품 스케줄로 빠졌다고 하는데, 시나리오가 좋은 작품이었다면 분명 스케줄을 조절해서라도 출연했으리라...
영화의 배경은 외계인이 첨으로 침공했던 1996년으로부터 20년이 지난 2016년. 지구는 외계 문명을 접한 덕에 과학기술이 한 단계 점프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다. 그리고, 언젠가 또다시 침공해 올지 모르는 외계 생명체에 대비해 외계 기술을 접목한 무기를 만든다. 레이저 포를 토성과 달과 지구 궤도에 설치한 것이다. 또, 외계까지 비행 가능한 전투기를 개발하고, 달에 기지를 만들어 방어선까지 구축했다.
그렇지만, 외계인은 더 강력해져서 돌아왔다. 선발대가 처참히 쥐어터진 것을 복수라도 하는 듯 대서양을 덮는 크기의 거대 함선은 레이저 포 따위는 가소롭다는 듯 부숴버리고 지구로 돌진한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그냥 1편 전개의 반복이다. 지구가 가진 무기로는 여전히 외계인들은 상대가 안된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미군은 전력의 상당수를 잃고, 51구역에서 버티기를 반복한다. 1996년처럼.
그리고, 우연한 기술로 외계 군대의 사령관을 무찔러 지구를 지킨다. 대서양을 뒤덮는 위용의 외계 함선이 무색하다. 전편의 배우들이 맡은 역할도 비슷하고, 시간만 20년이 지났지 지구의 대응이나 외계인의 반응도 한결같다. 스토리도 액션도 예전만 못했고, 돌아올 필요가 없는 작품이었다. 그렇게 1편과 유사하게 무너질 것이라면 외계인들도 지구에 돌아오지 않는 편이 좋았다.
달라진 것은 중국의 위상뿐이었다. 1편의 주된 내용이 세계의 군대, 지구의 수호자 미국이 전편의 핵심이었다면 다면, 이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는 미국 국뽕 맛이 순해졌다. 오히려 중국 돈의 맛이 섞였다. 여전히 외계인과 싸우는 미국이었지만, 그 안에 중국인들 있었다. 중국인 배우들이 중국어 대사를 나눈다. 이제 중국 자본이 아니면 영화를 만들기 쉽지 않은 할리우드에서 순수한 미국 국뽕은 힘들 것 같다.
할리우드에 <새로운 이야기>가 사라지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최근 몇 년간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히어로물들이 많았다. 인기 있었던 영화들이 리부트 됐고, 괜찮은 프랜차이즈에 시퀄, 프리퀄만 만든다. 이 영화도 그런 장사의 일환일 것이다. 1편을 이미 본 사람이라면 굳이 2편을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넷플릭스에는 볼 영화도 드라마도 많고, 시간은 소중하다. 1편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2편을 봐도 좋겠지만 추천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엣지 오브 투머로우>를 또 보는 편이 좋다.